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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겨레신문] 고립 청년들, ‘치유의 연극’하며 세상 문을 연다

‘고립청년 연극으로 세상에 말하다’
13~14일 서울 광화문아트홀서 공연
‘행복공장’ ‘연극공간 해’ 등 주최
힐링캠프·연극학교 무료 진행도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 행복공장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 행복공장 제공

“공연 당일까지도 공연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하면서 가슴속에서 깊은 슬픔과 벅참을 느꼈다. 가족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가족에 대한 울분과 미움도 함께 올라왔다. 밉다가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공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대상 즉흥치유연극 ‘나의 이야기극장’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20대 여성 정아무개씨가 연극을 주최한 ㈔행복공장 누리집에서 올린 소감이다.

문을 꼭꼭 닫아걸고 세상으로부터 숨었던 고립청년들의 치유연극이 지난해에 이어 13~14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고립청년 연극으로 세상에 말하다’란 제목의 연극이다. 치유재단인 행복공장과 즉흥연극 전문극단인 ‘연극공간 해’가 고립청년들을 찾아내 돕는 엔지오인 ㈔푸른고래리커버리센터, ㈜안무서운회사와 공동으로 마련한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 행복공장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 행복공장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 고립청년 대상 즉흥치유연극을 이끈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 행복공장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열린 고립청년 대상 즉흥치유연극을 이끈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 행복공장 제공

즉흥연극 ‘나의 이야기극장’은 관객이 손을 들고 무대로 나와서 자기 마음을 고백하면 이를 즉석에서 배우들이 표현하는 즉흥연극이다. 이 공연은 진행자와 배우, 연주자가 있지만 준비된 극본은 없다. 진행자가 공연 형식을 설명하며 관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면 관객들 중 누군가가 진행자 옆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자와 나눈다. 이때 관객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진행자가 관객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고 관객의 이야기를 배우들이나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주면, 배우와 연주자는 서로 의논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관객의 이야기를 연극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한편당 평균 4명의 관객 이야기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1997년 설립 이래 주로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치유연극을 해온 ‘연극공간 해’가 주최한 즉흥연극은 지금까지 새터민과 가출쉼터·보호관찰소 등의 청소년, 서울소년원생, 교도소 재소자, 탈성매매 여성, 평택 기지촌 할머니, 노숙자 등이 관객이자 주인공으로 함께했다.

‘연극공간 해’는 지난해부터는 희망을 잃고 타인과의 접촉을 단절한 채 살아가는 고립청년을 위한 연극 공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넘어 매년 늘어가고 있는 한국 내 ‘은둔형 외톨이’인 고립청년들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지만,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왔다.

행복공장은 고립청년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사회에 복귀할 용기를 내도록 돕기 위해 지난해 초 강원도 홍천 행복공장에서 3박4일의 고립청년 가족힐링캠프를 두차례 열고 공연을 했다. 당시 연극에 배우로 참여한 30대 고립청년 송아무개씨는 “왕따 연기를 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과거 기억이 떠올라 악몽을 꾸기도 했으나 과거와 직면하고, 많은 분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며 “진심으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고립청년 부모인 문아무개씨는 “부모와 친구와 학교가 주는 유·무형의 폭력으로부터 쪼그라들고 상처받아 스스로 방에 갇히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사회와 어른들에게 처절하게 성찰하고 변화하라는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아무개씨는 “잘못된 양육 방식과 학교폭력, 외부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고통받은 청년들의 이야기는 꾸며낸 게 아니라 실제였다”며 “가족 구성원 간에도 소통이 안 되는 ‘통신 불량의 시대’에 이 연극을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그들의 마음 떨림이 전달되어 통신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복공장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아트홀에서 펼쳐진 고립청년 치유연극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행복공장 제공
‘연극공간 해’의 설립자이기도 한 연극인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은 “연극에 함께한 고립청년들은 자기 방에 혼자 있을 때 세상에 자기만 그런 줄 알았다고 고백하고, 어떻게 밖에 나가야 할지 몰라, 이제 자기는 끝이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들을 했다”며 “연극을 통해 세상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청년들이 많고, 또 도와주려고 손을 내미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공연장에 오지 못하더라도 유튜브 실황중계를 통해 함께해주고, 다음엔 밖으로 나와 함께할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립청년을 위한 연극에 이어 △이달 29일~5월1일과 8월26∼28일엔 2박3일씩의 고립청년 가족힐링캠프가, △6월7~10일과 21~24일엔 고립청년 생활연극학교가 행복공장에서 열린다. 공연과 캠프는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교보생명, ㈔함께만드는세상(사회연대은행)의 후원으로 진행돼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 (02)6084-1016, happitory.org.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 https://www.hani.co.kr/arti/well/news/10384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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