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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을 나그네처럼 살면서 나름 직접 간접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년원, 그곳은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곳, 그 곳의 아이들이 연극을 한단다.
그저 궁금해서 가 보았다.

소년원의 공식 명칭은 ㄱㅂ중고등학교였고 그저 일반 학교처럼 보여졌다.
교무실을 지나 공연을 한다는 강당으로 향하는데, 그곳으로 들어 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양손에 무언가 한보따리씩 가지고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줄 음식인것 같다. 그리고 나와는 다른 좌석에 앉았는데, 원생들의 가족이었다.
그리고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애들이 객석의 일부를 차지하고 앉는다.
천편 인륜적인 헤어스타일이 얼핏 비슷한 얼굴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니, 팔에 문신한 아이, 너무도 앳띠게 생긴 아이,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는 중인것 같은 아이, 가족이 왔는지 확인하려는 듯 자꾸 뒤를 돌아다 보는 아이... 그 아이들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어도 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 지고 있었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해서는 안될 일을 했고, 있어서는 안 될곳에 있는 아이들.
대학입시가 '최고의 선'인 한국사회에서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어른 연극 배우들과 함께 연극을 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개기고, 아버지에게 매 맞고, 본드도 마시고, 가출도 하고, 남의 물건도 빼앗고, 성질나 욱 하는 마음에 사람과도 싸우고......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연극이라는 틀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었다.
연극이 끝나고 관객이 참여하는 역할극이 이어졌는데, 처음엔 관객들이 어색해 하고 머뭇거렸지만,
애들에게 사랑으로 접근하려는 선생님, 의붓 아빠와 살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보려는 엄마,때리는 아빠에서 대화하는 아빠로 참여하는 관객등 여러모양으로 뭔가 애들을 힘들게 만든 부분들을 바꿔 보려고 하였다. 마침내 매맞는 아이의 역할을 해 보겠다던 아이는 아빠와 사진 한번 찍어 보고 싶고 같이 목욕탕을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아빠가 면회 왔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했냐는 연출자의 질문에 편지를 써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빠 앞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함께 연극을 했다니까, 연출자와 아이들간의 어느정도 소통이 되어 있겠지만,
연출자는 애들에게 진심과 사랑을 갖고 대화하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미처 내가 관심갖지 못한 부분에 함께 나누려고 애쓰는 이들이 이 땅에 존재하고 있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늘 소년원에서 연극에 참여했거나, 관람한 그 아이들이 중년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소년원에서의 경험이 자서전의 일부이거나 정말로 소중한 간증거리가 되길 기도한다.

이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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