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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아홉 번째 시간

♣ 아홉 번째 시간

*시간 : 2010. 5. 11.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펭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오뚜기, 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미카엘,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망, 소, 대감마님, 북두칠성, 넌누구냐(이상 재소자 총12명, 별바라기, 와보노 결석)

 

정리 - 엄지 김현정(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연극전공 겸임교수)

 

검고 낮게 내린 구름과 음산한 바람, 비를 머금은 풍경을 뒤로 하고 강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놀라움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회색빛 외부풍경과는 다르게, 강당안 천장은 온통 커다란 야광빛 연꽃등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전혀 세계로 순간이동 한 느낌마저 들었다. 또 무대 정면 벽에는 거대한 예수초상화와 성모마리아 그림이 나란히 장식되어 있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의 기운이 한 공간에 동시에 어우러져 있는 재미있고 기이한 풍경과 체험이었다. 별바라기는 조사 중이고, 와보노는 외부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가서 오늘 수업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본격적인 수업시작 전 이루어지는 1주일간의 안부나누기 시간에 지난 시간 가족 조각상 연극을 한 후 어두운 표정과 무거운 뒷모습으로 헤어졌던 *과 **이 다시 밝은 모습을 되찾을 보여주었다. **은 자신이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다시 떠오르고, 그것이 자신에게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일주일이 슬프기도 힘들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바람은 우리 안의 많은 기억, 사건들이 압력솥에서처럼 눌려 있는데 이것들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표현해봄으로써 김을 빼내 그 중압감과 압박,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였다. 지난 시간 숙제로 주어졌던, 6주간 자신과의 언약을 담은 편지를 거두고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름표가 없이 진행된 오늘 수업에서, 서로의 이름과 별명을 한 번 확인한 후 이름전환 술래 놀이 가 진행되었다. 많은 참여자들이 헛갈려 하였고, 특히 북두칠성은 술래가 다가오면 그대로 얼음이 되어 빈번하게 술래가 되었다. 사람 수에 비해 좁은 공간에서 처음 하는 게임에 대한 낯설음이었는지, 짧은 순간에 많은 술래들이 교체되었고, 순간순간 많은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순서놀이 에서는 나이, 살아온 징역의 시간, 남아있는 징역의 시간의 순서를 맞춰보았는데, 예상이 맞기도 틀리기도 하면서 서로가 모르던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 이미지 에서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중 특정 시간 동안 내가 하는 일을 동작과 대사로 해보았는데, 곰은 새벽 일찍, 그리고 밤늦게까지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미카엘과 희망, 공작원은 계속 악기연주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 10년 후의 나의 모습 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전체에서 소개하였는데, 자동차 여행, 산행, 부동산 매매, 해외연주여행, 상담사 역할, 봉사, 컴퓨터 업무 등등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70살의 나의 모습에서는 바둑두기, 산책, 암벽타기, 산행 등등이 표현되었다. 조각상을 마무리하면서, 70살의 내가 지금의 나(2010년)에게 편지쓰기 를 다음 주까지의 숙제로 약속하였다.

 

이어 교도소에서 힘든 일을 주제로 한 조각상 만들기가 진행되었다. 4명이 1모둠을 이루어 자신의 힘든 경험을 조각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엄지와 같은 모둠이 된 *은 모둠대열로 옆에 앉자마자 엄지의 팔을 주먹으로 세게 때렸다. 엄지가 그 이유를 묻자, 지난주 자신의 새엄마 역할 연기를 너무 리얼하게 해서, 자신을 눈물나게 만들어서 그렇다고,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 3개 모둠으로 나눠져 진행되었던 조각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공장 기술을 배우러 가려는 자신의 멱살을 잡고 말리는 조직의 선배와 그에 대항하는 자신, 수갑 차고 감방에 들어온 자신에게 걸fp를 주며 닦으라고 일을 시키는 같은 방 사람들, 독감으로 심하게 아파서 삼일절 특식 불고기 백반을 못 먹은 일(옆에선 꾀병이라고 뭐라고 함), 신입 때 공장에서 자신에게만 일을 시키는 상황(옆에서 놀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음에도 소 밖으로 나가지 못해 장례 참석도 못하는 상황, 소에서 어머니, 아버지 모두 돌아가신 일(나중에 전해 들음), 할머니 돌아가셨단 얘기를 나중 전화로 전해들은 일, 소 사람들과 한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틀어지면 겉으론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도 서로의 사이에 벽이 생기고 그 관계가 변하지 않게 되는 상황, 정작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비난을 받고 힘들게 되는 상황, 소에 들어와서 식구들, 부모님 걱정으로 1년간 불안해하고 시달렸던 시간들, 교도소 사람들의 고압적인 태도..,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두 모둠으로 나눠 연극만들기를 시도하였다. 주제는 신입을 둘러싼 소 내의 갈등문제와 가족의 죽음에도 외출이 안 되는 상황을 둘러싼 소 내 불평등의 문제로 좁혀졌다. 신입이 고참과 겪게 되는 갈등과 어려움은 공장과 방에서 겪는 사건으로 꾸며보았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이와 같은 신고참 갈등 문제는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어 해결될 수 있는 여지는 없고 다만 시간이 흘러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0년대에는 연극상황에서와 같은 신고참 갈등이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교도소 내에서의 신고참 갈등 관계와 문제적 상황들이 현재에도 여전히 있다는 데 동의하였다. 그러나 연극적 재미를 위해서는 90년대에 빈번했던 이러한 극적인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연극이야기도 그런 방향으로 맞춰 꾸며졌다. 외출문제를 둘러싼 소 내 불평등 문제는 소 내의 빈부격차문제와 맞물려져 이야기가 논의되었다. 그리고 실제 다른 어떤 소에서의 경우, 수감되었던 판사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이 허락되었던 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른 수용자는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사례가 이야기되기도 하였다. 이야기를 논의하는 동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갔고, 다음 시간에 오늘 이야기되었던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발표하기로 약속하고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였다.

 

오늘의 헤어짐은 다시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더 크고 깊은 웃음, 따뜻한 악수와 눈인사, 허공을 채우는 손인사로 긴 여운을 남겼다.

 

주임님을 통해 곰이 행복공장 관계자 모두에게 쓴 편지와 그림이 있는 시가 전달되었다. 곰은 자신의 언약편지에 행복공장사람들에게 편지쓰는 것을 약속으로 담았기에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하였다. 시간 이미지에서 그가 이른 새벽, 그리고 밤늦게 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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