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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열 번째 시간

♣ 열 번째 시간

*시간 : 2010. 5. 18. 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 귄(전행오/행복공장 사무국장)

와보노, 오뚜기, 곰, 별바라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미카엘,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 망, 소, 대감마님, 북두칠성, 넌누구냐(이상 재소자 총14명, 와보노와 오뚜기는 자매시간 참석)

 

정리 - 엄지 김현정(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연극전공 겸임교수)

 

자매결연 있는 날. 비오는 날. 2주전 찬란했던 보랏빛 모란꽃잎은 땅바닥에서 떨어져 과거의 흔적도 찾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강당 천장을 수놓은 야광색 연등 행렬은 이제 장관이 아니라 눈에 익숙한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수업 전 가장 먼저 강당에 등장한 별바라기는 지난주 수업에 불참하게 된 사건경위를 강사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별바라기는 지난주 주임을 통해 독방에 있는 동안 완성한 ‘시’와 행복공장 강사들에게 쓴 감사편지를 전달해주었었다. 잠시 후 강당에 들어서는 수업 참가자들의 앞주머니에는 편지봉투가 하나씩 꼽혀 있었다. 일주일 전 수업시간에 약속했던 ‘70세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써온 것이다. 모두가 빠짐없이! 희망은 미남 탤런트의 화보를 이용해 만든 편지봉투를 건네면서, “나랑 닮았지요?” 라며 웃었다.

 

여느 때처럼 의자에 둥글게 둘러앉아 일주일간의 안부를 나눴다. 많이 바빴던 일상, 감기, 두통, 면회, 아들 생일선물로 자전거 보낸 일, 같은 방 사람의 출소 이야기, 천주교 성가대원들이 석가탄신일 기념 불교 집회를 도와준 일 등등이 오갔다. 가족조각상 연극만들기 이후 *과 **은 매우 친밀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의자에 앉아있을 때도 옆자리에서 손을 맞잡고 앉고, 둘만 이야기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본격적 수업의 시작으로 진행된 얼음땡, 이름전환 술래놀이 는 그 속도와 재미에 가속력이 붙었다. 지난주 회사일로 결석하였던 함께라면은 이름전환 술래놀이에서 블랙홀이 되었고, 북두칠성은 지난주에 비해 한층 게임에 익숙해진 모습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 지난주 연극만들기 모둠으로 다시 나눠서 간단한 연습을 한 후 연극발표를 하였다.

 

각 모둠은 연극을 발표하기에 앞서 각자의 역할로서의 각자 독백을 하는 시간을 가진 후 연극을 발표하였다. 먼저 발표된 연극 외출(가제) 에서는 부모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외출을 사정하는 수감자의 호소는 무시되고 반면 소 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지닌 수감자는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있게 허용되는 상황이 보여졌고, 뒤이은 연극 신입(가제) 에서는 소 내 신입에 대한 고참들의 괴롭힘이 보여졌다. 이 두 개의 연극을 모두 보고, 둘러앉아 다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출의 경우, 누구 한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다 소 내의 상황과 입장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전적으로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오고 갔다. 연극에서 보여지는 내용이 현실적이긴 하지만(미카엘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라고 하였다) 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즈음에는 연극에서와 같이 물리적, 극단적 갈등이나 마찰은 드물다고 하였다. 또, 연극에서 보여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즉, 등장인물들의 다른 행동이나 태도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신입의 경우, 시간만이 해결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연극에서 보여지는 상황이 지금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2010년 지금의 상황에 맞고, 문제의 개선가능성이 있는 연극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보기로 하였다. 이야기 과정에서 현재는 물리적, 신체적 충돌이나 갈등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압박, 고통, 교묘한 괴롭힘이 더 늘어나고 있고, 인권 문제가 중시되면서 소 내에서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예전보다 많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결국, 소 내 방사람 끼리의 문제와 재소자와 교도관 사이의 문제로 연극을 다시 만들어보기로 하고 연극을 발표했었던 두 개 모둠으로 다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시간에 논의된 이야기를 좀 더 정리, 발전시켜 연극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고, 자매 준비를 위해 연극수업을 종료했다.

 

 

연극수업이 끝나기 전 강당에 세리씨가 등장하자,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영하였다. 강당 안의 작은 탁자들을 모아서 붙이고, 그 위에 신문지를 깔고, 준비해온 음식을 1회용 접시에 나누어 담고, 나르고, .. 등등의 일들을 수업 참가자들 모두와 같이 하였다. 지금까지 2번의 자매결연에서는 행복공장 엄지와 세리씨가 하던 일이었는데, 이제 자매준비가 연극참가자 모두의 일이 되었다. 덕분에 준비시간이 단축되었다. 오늘 한 보따리의 삶은 달걀도 별식으로 준비되었는데, 함께라면의 지인 -달걀 삶기 전문가- 이 직접 준비해주신 것이었다. 간식을 나누면서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고 갔다. 특별한 진행 없이 자매가 편안하고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행복공장 강사들에게 손수 달걀껍질을 벗겨 접시에 놓아주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오늘 기타를 메고 온 희망의 반주에 맞춰 70살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쓰는 편지 가 글의 주인공에 의해 낭독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또, 노래책에 들어있는 익숙한 가요들을 찾아가며, 신청곡을 받아가며 같이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자매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하고 편안해지는 시간으로 자라나는 것 같다. 부지런히 자리를 정리하고, 시간에 쫓기면서도 최대한 긴 인사를 나누며 강당을 나섰다. 수업의 회기가 늘어날수록 악수로 인사를 청하고 마감하는 사람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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