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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소식 영등포교도소 문화예술 프로그램_ 네 번째 시간

네 번째 시간   (자매결연 모임 첫 번째)

 

* 시    간  :  2010. 3. 30. 화요일. 오전 9시10분 ~ 12시 50분

* 장    소  :  영등포 교도소 교육실

* 주    최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주    관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 참가자  :  바람(노지향/주강사), 엄지(김현정/보조강사), 함께라면(권용석/행복공장 대표), 펭 귄(전행오/행복

                    공장 사무국장)

                    와보노, 오뚜기, 곰, 별바라기, 진짜사나이, 북파공작원, 미카엘, 날으는 점돌이, 꼴통, 희 망, 소, 대감

                    마님, 북두칠성, 넌누구냐(이상 재소자 총14명)

 

          

정리 - 김현정 (한양대학교 연극전공 겸임교수)

 

 

  오늘은 행복공장에서 추진하는 영등포소와의 자매결연 모임이 있는 첫날. 본래 계획은 2시간 연극수업을 한 후 점심시간 1시간을 자매(통상 교도소에서는 자매결연 모임을 ‘자매’라고 줄여서 부른다)로 이어 총3시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내 방침이 바뀌어, 점심시간을 자매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고, 연극수업시간 동안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되는 상황으로 급변되었다. 하여, 궁여지책으로 9시30분에 시작하던 수업을 20분 앞당겨 9시 10분부터 연극수업을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을 11시50분으로 30분 미루는 것으로 시간을 조정하였고, 그 시간동안 연극수업과 자매 모두를 나누어 하기로 조율하였다. 오늘 수업도 교육실에서 진행. 강당에서는 가석방되는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지 절차 이루어지고 있어서 강당사용이 곤란하였기 때문이다.

 

 1주일간의 안부와 나를 위한 숙제 점검으로 시작된 연극수업. 하지만 자신을 위한 숙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이 잘 안나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안부나누기에서 꼴통은 불교 방에서 언성을 높이며 담당관과 다투는 일이 생겼고 그것 때문에 화가 많이 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많았다고 했고, 곰은 주변으로부터의 사랑받기가 숙제였는데, 잘 안되었다고 했다. 역시 이 수업시간을 일주일간 기다렸다는 말을 했다. 북두칠성은 쿠데타에 대한 글을 읽고 있다며 그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했고 사람들은 웃었다. 미카엘은 지난 연극발표 후 부모님과 주변사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편지도 쓰고 했지만 몸과 맘이 가라앉아있다고 말했고, 숙제는 못했다고 했다(생각이 안 난다고;;). 오뚜기는 여기 들어와서 와이프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써왔지만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속마음을 담아서 솔직하게 편지를 써보았다고 했다. 오늘 부친 그 편지가 지금 부인에게 가고 있고, 그 글을 읽으면 아내가 울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감마님은 저번 주보다 방에서 지내는 게 편해졌다고 했고, 별바라기는 방에 신입이 들어와 시끄러워지는 바람에 어떻게 하나 했는데 다행히 잘 정리가 되었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원형을 유지한 채 할 수 있는 게임. 그래서 선택된 알리바-데낄라-올레! 몇 번의 연습을 거쳐 게임을 습득한 후 시도했지만 실전에서도 많이들 헛갈려했다. 한번만 실수를 해도 원안으로 들어가 전체에게 인디안 밥으로 등을 맞는 것을 벌칙으로 정하자, 전체 분위기는 긴장과 열중, 흥분으로 급반전되었다. 곰, 넌 누구냐, 별바라기, 미카엘가 가장 벌칙을 많이 받았고, 함께라면이 가장 센 인디안 밥 벌칙을 받았다. 이어 진행된 피기피기패기. 인디안 밥 벌칙이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진행된 이 게임은, 3명이 협업하여 동시에 즉흥적으로 같이 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긴장감이 더 높았다. 3명이 아닌 4명이 한 무리로 붙는 바람에 4명이 모두 벌칙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몇 번 연출되었고 전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안 맞겠다고 버티는 사람들과 몰려들어 때리겠다는 사람들로 순간 아수라장의 분위기가 되기도 하였다. 곰은 다른 2명과 같이 맞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등위에 자신의 몸을 덮어 전체를 대신해서 인디안 밥을 맞기도 하였다.

 

  이어 두 명씩 짝을 지어 세 가지 결투 좀 더 진행되었고, 이어 비난-변명 이 이어졌다. 상대를 실제인물로서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고, 중국집 배달원이나 아들 혹은 아버지로 가정하여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변명의 경우, 논리적이거나 적극적인 변명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딴청으로 부리거나 오히려 같이 비난을 하거나 변명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경우들이 많았다. 또 비난을 하다가도 변명이나 부탁으로 가는 경우들도 있었다. 꼴통은 자신이 실제 겪었던 경험과 상대 인물을 설정하고 자세하게 상황을 상대에게 설명을 해 준 후 비난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대가 그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그 상황은 잘 진행되지가 못했다.

 

  비난-변명을 마친 후, 바람은 꼴통의 이야기, 즉 불교 방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기분이 상했던 일을 가지고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꼴통은 해볼 수 있다고 일어서서 자신의 상대역으로 소를 선택했다. 하지만, 소는 계속 이건 하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꼴통과 언성을 높였던 교도관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바람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연극은 어느 한 사람의 이야기라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이야기, 상황이고, 특정인의 잘못을 들추어 비판하거나 편드는 것, 혹은 잘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며 현실에서는 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대처 방법들을 연극을 통해 찾아보고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의 우려를 존중해 꼴통의 이야기는 다른 회기 수업시간에 다른 형식으로 다루어보기로 하고 연극수업을 종료하였다.

 

 

♥ 자매 결연 모임

 

 

의자 배열을 책상과 같이 앉을 수 있도록 바꾸었고, 행복공장에서 준비해간 떡, 빵, 음료, 과일을 그릇에 나누어 담아 각 책상에 옮겨 놓았다. 소에 들어가면서 음식들을 출입을 관리하는 교도관들에게 나누어드렸고, 교육실 안에서 수업시간동안 같이 하는 주임과 교도관들에게도 나누어드렸다.

연극수업 후반부쯤 행복공장 기획팀장 김세리씨가 교육실에 들어오자 참가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다. 주임이 여자들이 바깥쪽에 앉을 것을 권유하여 그 권유대로 자리배치를 하였다.

 

앉은 자리에서의 잡담이 오고 갔고, 교도소 생활 등에 대한 질문도 오고 갔다. 평소 웃음도 많고 말도 많았던 곰은 자매시간 동안 두 손을 모으고 말이 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종종 보였고, 바람은 그런 곰에게 많이 먹으라고 몇 번을 말로 챙겨주기도 하였다. 소리 전공자인 북파공작원의 한오백년, 흥부가를 필두로 진짜사나이, 소, 넌 누구냐, 꼴통의 노래도 이어졌다. 넌 누구냐는 한층 고조된 신나는 분위기를 자신이 한 번에 분위기를 다운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복역 14년째인데, 여동생이 오빠는 좋겠다고 말했단다. 그 이유를 묻자, 넌 누구냐의 어머니는 아들 생일날 아들이 없어도 늘 생일상을 차려주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모두 숙연. 넌 누구냐는 자신은 이렇게 분위기를 순간에 다운시킨다고 확인시키며, 복음성가 ‘어머니의 기도’를 저음의 풍부한 성량으로 멋있게 불러주었다. 자매는 행복공장이 주체로 진행하는 시간이라 함께라면이 진행을 맡았는데, 함께라면은 자매시간이 웃고 떠드는 친교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법, 금융, 창업 등의 실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며, 현재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자매시간이 어떻게 활용되면 좋을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연극수업시간에 직접 이야기하거나, 주임에게 이야기 혹은 글로 써서 전달해서 내용 확인 후 함께라면에게 전달해주거나 하는 방식을 택하기로 하였다. 

 

 

 

1주일간 나를 위한 숙제를 나누는 시간. 아무도 발표를 안 하는 가운데... 제가 먼저 해도 돼요?...라고 말문을 연 곰. 곰은 여기 오시는 강사님 한 분 한 분에게 편지를 쓰겠다는 숙제를 냈고, 모두가 ‘와’하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몇 명이 그런 숙제해도 돼요?? 라고 묻자, 바람은 그건 한명으로 끝.. 이라 답했다. 하지만 뒤이어 대상을 달리하는, 편지쓰기를 숙제로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육실의 책, 걸상을 다시 정리하고 음식물을 치운 후, 총총히 자신의 영역으로 바쁘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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