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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겨레] “1.5평 독방에서 20시간 성찰…자기치유 기회 드립니다”

[짬] 사재 털어 ‘행복공장’ 운영하는 권용석·노지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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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만이라도 휴대폰이나 텔레비전 없이 나만의 독방에서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사찰의 무문관이나 가톨릭 봉쇄수도원을 들어갈 수 없는 일반인들도 이런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사단법인 행복공장은 오는 5일부터 5월 말까지 12주 동안 매주 토~일요일 1박2일, 20시간을 독방에서 온전히 자신만을 마주하는 성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강원도 홍천수련원에 입소해 일요일 오전 11시에 퇴소하는 일정이다. 한번에 20여명씩 참여한다. 이미 영화배우 박중훈, 영화감독 임순례, 노종면 전 <와이티엔>(YTN) 앵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호인수 신부, 금강 스님, 김은녕 목사 등이 1.5평 독방 입소를 예약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행복공장의 권용석(54) 이사장, 노지향(56) 상임이사 부부를 만났다.


‘일중독 10년’ 검사 그만둔 변호사 
“지치고 아플 때 동물처럼 동굴 필요” 
2013년 ‘독방 28개’ 홍천수련원 지어 
말리던 연극인 부인도 ‘즉흥연극’ 진행


5일부터 12주 1박2일 성찰 프로젝트 
배우·감독·신부·스님·목사·언론인 등등 
“한번이라도 성찰한다면 감옥갈 일 없죠”


부부가 성찰 릴레이를 생각해낸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비롯해 우리 사회 리더들의 잇따른 ‘실족’을 보면서다. “스스로 독방에 들어가 성찰해본다면, 실제 감옥에 갈 일은 줄어들 텐데요.”


권 이사장에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성찰해보자고 하니, 탄핵에 힘을 모아야 할 때 왜 시선을 내부로 돌리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가 이 지경이 되고도 이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으기보다는 막말과 가시 돋힌 말, 분노만을 내뱉고, 야당 안에서조차 ‘나는 옳고 너는 다 그르다’는 진영 논리만이 팽배해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갈등 탓에 계속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번이라도 고요하게 머물러 자기 안의 미움과 분노, 상대방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서로서로 잘 듣고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노 상임이사는 체험의 의미를 더 섬세하게 덧붙였다. 그는 “수련원 독방엔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작은 방에 홀로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글귀가 붙어 있다”며 “‘지금까지 잘못했으니 하루 동안 감옥에 들어가 반성을 해보라’는 게 아니라 쉼과 건강, 경청을 통해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하루치의 고요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에서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산책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성찰’이 벌이 아니라 선물로 다가서게 하기 위함이다. 다만 휴대폰이나 책을 갖고 들어가는 것은 금한다. 너무 피곤한 사람은 잠을 자거나 멍때리기를 해도 좋고, 명상이나 절을 할 수도 있다. 또 독방에 비치된 행복공장의 워크북에 따라 자기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거나,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거나, 1년밖에 못 산다면 하고 싶은 일(버킷리스트)을 적어보거나, 80살이라고 가정하고 지금의 내게 보내는 편지를 써볼 수도 있다.


이번 성찰 프로젝트의 첫회 숙식비는 권 이사장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지원한다. 이후엔 참가자들이 다음 참가자들을 위해 5만원씩 기부하는 방식으로 성찰 기회를 잇도록 권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검사를 했다. 그는 2013년 전 재산을 털다시피 해 28개의 독방이 있는 홍천수련원을 지었다. 왜 그랬을까.


그는 검사 시절 늘 새벽 1시에 퇴근할 만큼 일주일 100시간씩 근무하고, 스트레스로 술·담배도 달고 살았다. “급기야 급성위궤양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검사를 그만두지도 술·담배를 끊지도 못하면서 몸이 망가지니, 제일 그리운 게 교도소 독방이었다. 아프고 지치면 자기 굴에 들어가 스스로 치유하는 동물들처럼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하면서 그때 먹은 생각을 행복공장 수련원으로 구체화했다.


아내 노씨는 워낙 연극인이다. ‘연극공간 해’ 대표인 노씨는 즉흥연극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치유연극의 선구자로 꼽힌다. 하던 일도 줄이고 내적 수행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노씨는 일을 벌이는 걸 처음엔 내켜하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공장을 통해 소년원에 가서 치유연극도 하고, 홍천수련원에 오는 이들과도 즉흥연극을 통해 오랜 상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등 이제는 남편보다 더 재미를 붙이고 있다. 음악을 공부하는 외아들도 연극과 수련원 프로그램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온 식구가 동참하는 셈이다.


권 이사장은 검사 시절 혹사 때문인지 3년 전 갑상선암 통보를 받았다. 첫 수술 뒤 예후가 좋지 않아 지난해까지 2번 더 수술을 받았다. 그 뒤 그는 “할 일을 미루기보다는 ‘오늘’을 더 중시하게 됐다”고 했다. 또 과도한 책임감 때문에 남한테만 잘하려고만 했는데, 올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보자’를 모토로 자기 삶을 챙기는 데 좀더 집중해보기로 하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노씨도 “내가 좀 냉정한 성격인데, 남편이 아픈 이후 안쓰러운 마음에 밤에 들어와 고스톱을 치자고 하면, 피곤하더라도 안 자고 함께 ‘맞고’도 친다”며 웃었다. 부부가 자신들부터 성찰한 결과다. 행복공장 누리집(happitory.org), (02)60841016.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원문링크: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784947.html#csidx7177192146c922daa53bd4af0160f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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