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국내 [중앙일보] 상처받은 이들 손을 잡다, 연극 치유 20년 노지향

기사 이미지

노지향 연출가는 연극의 치유 효과를 믿는다.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연극을 만드는 이유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극단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공간-해(解)’의 노지향(54) 대표가 연출하는 작품은 특별하다.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 형식으로 풀어내고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한다.

연출가는 이들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 노 대표는 1997년 극단을 창단한 후 소년원 아이들과 기지촌 출신 할머니, 탈북 새터민,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등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만들었다.

“브라질 연극 이론가 아우구스토 보알의 방법론에 따른 작업이에요.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공감·이해받는 과정을 통해 마음속에 맺혀 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자 ‘풀 해(解)’를 극단 이름에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일종의 ‘치유 연극’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노 대표는 90년대 중반 중앙대 연극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며 보알의 이론을 접했다. “현실을 바꾸는 데 연극이 구체적인 도구가 된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97년 세계연극제 초청으로 방한한 보알을 직접 만난 뒤에는 보알의 이론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사 이미지


 

특히 소년원 아이들과의 작업은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홉 차례나 이어졌다. 한 해 15명 정도의 아이들과 팀을 꾸려 매주 워크숍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연말에 공연을 했다.

“아이들이 현실에선 못했던 행동을 연극 속에서 해보기도 합니다. 때리는 아버지에게 맞서 ‘이게 그렇게 맞을 짓이냐. 나도 이제 어른이니 말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리 있게 대항하는 식으로요. 현실 배경 그대로여서 아이들의 인식을 바꾸고 용기를 북돋우는 효과가 크지요.”

지난해 작품을 함께 만든 서울소년원의 한 학생은 “옛 기억을 연극으로 만들어 연기를 하면서 속이 후련해지고 자신감을 서서히 다시 찾아가고 있다”고 소감을 적었다. 이렇게 ‘배우’들이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는 모습은 노 대표의 가장 큰 보람이다.

노 대표가 20년 가까이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에 몰두할 수 있었던 데는 남편인 권용석(53) 변호사의 지원도 큰 몫을 했다. “남 돕는 일을 해서 좋겠다”며 아내를 부러워하던 권 변호사는 2009년 사단법인 ‘행복공장’을 만들어 자신도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강원도 홍천에 교도소 독방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자기 성찰 프로그램인 ‘내 안의 감옥’을 운영하며 캄보디아 봉사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노 대표의 극단 활동도 함께한다. 살고 있는 서울 관악구의 아파트 한 채 빼고 전 재산을 다 털어 하는 일이다.

노 대표는 “300여 명의 후원자 덕분에 적자 안 내고 운영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가족·친구들부터 후원해줬다. 이들과 ‘행복공장’ 사업을 함께 고민하고 격려하면서 그동안의 인간관계가 점점 좋은 쪽으로 발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링크: http://news.joins.com/article/19550289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삭제하시겠습니까?

행복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