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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데일리] 소년원 아이들 사고 치고 전화 오면 고맙고 아쉽다

권용석 변호사…2009년 비영리 법인 ‘행복공장’ 설립
1년에 2번씩 소년원 아이들과 연극 만들어 무대 올려
"소년원 아이들 행복해져야 사회적 비용 줄일 수 있어"




“범죄자를 처벌하면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검사 시절 포승줄에 묶여 들어오는 소년범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풀어주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 뻔해 선처를 할 수도 없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연극이 됐네요.”

“소년원 아이들 사고 치고 전화오면 고맙고 아쉽다`
권용석 변호사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연극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 조용석 기자)
비영리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이사장 권용석(53·사법연수원 21기·사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가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게 된 계기다.
 
10년을 검사로 일한 권 변호사는 2002년 변호사로 전업한 뒤 7년을 준비해 2009년 ‘행복공장’이라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했다. 행복공장은 ‘성찰’과 ‘나눔’ 두 가지 주제 아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년원 아이들과 연극 만들기는 행복공장의 ‘나눔’ 활동 중 하나다.
 
행복공장은 2014년 11월 서울소년원 아이들과 첫 연극을 올렸고 이후 지난 6월까지 4차례 연극을 만들었다. 연극 내용은 소년원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다. 연극이 나오기까지 행복공장은 매주 3시간씩 아이들과 만나 부대끼고 친해진다. 수업은 권 변호사의 부인이자 ‘치유연극’으로 유명한 노지향 행복공장 상임이사(연극공간 해 대표)가 맡았다.
 
“소년원 아이들 중에는 죄의식이 없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니 놀이 같기도 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연극 통해 자신의 속마음도 꺼내보고 직접 피해자의 입장이 돼 보기도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하고 타인도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죠.” 

권 변호사가 가장 반가울 때는 연극을 했던 아이들에게 전화가 올 때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걸려온 전화의 대부분은 다시 죄를 지어 경찰서에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내용이다. 한 번은 꼭 와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해 고객과의 선약까지도 미루고 경찰서로 달려가기도 했다.  

“소년원 아이들 사고 치고 전화오면 고맙고 아쉽다`
소년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을 공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행복공장 제공)


그는 “소년원을 나가도 부모 등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며 “사고치고 연락 오면 밉기도 하지만 구속될 위기인데도 기껏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든다”고 했다.  

행복공장의 치유연극은 소년원 아이들만 대상이 아니다. 북한을 떠나온 새터민 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기지촌 할머니 등과도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소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의 지원이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상 무료봉사다.

최근 권 변호사는 소년원 아이들이 출원 후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착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학업·직업·부모관계 등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사회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소년원 아이들이 건강하게 사회에 정착한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저지를 범죄도 막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피해자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죠. 또 이 아이들이 행복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불행이 대물림도 되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는 것, 인생을 걸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 아닐까요.”



조용석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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