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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21]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21]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지금도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행복공장을 알기전의 내 모습에 대한 카피 한 줄이다. 하루를 살아가며 해야 하는 것들의 연속, 그 연속들 안에서 몸부림 치고 있었던 나는 사실 일탈을 꿈꾸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조차 생각할 시간도 없이 늘 바쁘게 살아가던 나에게 행복공장의 감옥체험 24시간은 스르륵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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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공장의 존재조차 몰랐던 나는 이제 스스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떠한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2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나 스스로를 가두도록 도와주는 공간, 딱 2평도 되지 않는 그런 공간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뭘 하라고 강요 하지도 않고 심지어 잠만 자다가 나와도 되는 곳. 말 그대로 쉼을 얻는 경험이다. 처음 행복공장을 알게 된 건 박람회장 이었다. 잠시 쉬었다가 가라고 하여 들려본곳엔 자연을 닮은 모습으로 쉼터가 만들어져있었고 , 차 한잔을 주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가슴이 설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라고 했고, 난 말그대로 차 한잔을 마시고 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좋았던 기억에 더 경험하고 싶어 이 곳에 오게되었다.

처음 도착하여 자기소개를 한 후 간단히 절하는 법과 명상법을 배웠다. 그리고는 밖을 잠시 돌아다닌 후 드디어 나만의 2평도 안되는 좁은 감옥에 수감을 하게 되었다. 핸드폰도 반납하고 들어간 이후 나는 이불을 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한거 라고는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고 황찻잎 위에 부어 홀짝 홀짝 마신것뿐이다. 그리고는 잠시 누웠는데 지금까지 경험 할 수 없었던 아주 깊은 꿀잠을 자고는 얼마 되지 않아 잠이 깼다. 그리고는 저녁식사로 나온 고구마와 바나나 쉐이크를 먹고는 또 다시 황차를 마시고 잠시 누웠는데 뭔가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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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책을 쓰고 싶었으나 늘 일상생활에 쫒기다보니 목차 조차도 못썼다. 먼저 작성한건 어머니와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 그 후 본격적으로 목차를 써내려 가는데 기가 막히게 머리 회전이 빨라져서 그 자리에서 빠르게 목차를 써 내려 갔고 순식간에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는 다시 황차를 마시고 나니 대략 한밤중이 된듯 했다. 신기한건 아무런 구속이 없으니 잠이 스르르 온다는 거였다. 그리고는 새벽이 될 무렵, 자연스레 눈이 떠졌는데 음악이 나오고 절을 하는 타이밍이 되었다. 힘들어도 꿋꿋하게 다 마무리 하니 땀이 주욱 흘러 내렸고 다시 황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소리가 났고 감옥의 문은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드는 생각은 '아,아쉽다' 라는 거였다. 처음 들어 갔을때에는 20여 시간이 엄청 긴 시간일줄 알았는데 시계가 없다보니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게 흘러 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처음에 눈물을 흘리고 싶어서 왔다고 고백했었다. 삶이 너무나 빡빡하고 숨이 막혀와서 맘껏 울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기한건 그렇게 울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이 그 24시간동안 너무나도 편안했다 라는 것이다. 핸드폰 하나 없어도 심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참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다. 늘 시간에 쫒기며 살았던 것을 놓아 버리니 얻은 자유 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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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님 두 분을 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내 스스로 뭔가가 치유되고 있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뭔가가 가슴에서 쏟아져 나옴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단지 힘들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저 맘 편히 털어 놓고 싶었고 일탈을 꿈꾸었던 것 같다. 행복공장을 알기전의 나는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삶이 너무나 지치고 힘든데 어디하나 기댈 곳이 없었고 쉬는 법도 몰랐다. 주말이든 휴일이든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쉬라고 하면 뭔가를 더 해야만 하는 일종의 일 중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만히 있는게 힘든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감옥에서 24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차만 마시고 글만 썼었다니 신기할 따름이고 무엇보다 시계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라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삶이 정말 고단하다 느끼는 자가 있다면 나는 두말없이 추천하고 싶다. 2평도 안되는 작은 공간에 있는 동안 당신은 그 어떤 곳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늘 팍팍한 마음이 있던 사람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생길 것이다. 모든 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하는데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치유 될 수 있는 공간, 지금 이 시간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글 | 손창덕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86277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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