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5] 하루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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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5] 하루의 가능성
아침부터 날이 참 좋았다. 따스한 날씨에 해도 적당히 비추고 산뜻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다. 산책하고 싶고, 소풍가고 싶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3월의 어느 봄다운 봄날에 나는 독방에 스스로를 가뒀다. 요즘은 봄다운 봄이 귀하다. 대통령다운 대통령, 기업인다운 기업인이 많이 부족해서 귀하듯 봄다운 봄도 많이 없기에 이런 날은 참 귀하다. 그런 귀한 날 나는 홀로 독방에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그 속의 나. 나 역시 위기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나'들 역시 위기일 것이다. 사회가 만든 틀에 나 자신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주변의 기대에, 시선에 학력과 스펙에 목을 매는 사람들. 과하게 높은 취업의 장벽과 취업을 해도 직장에서 느끼게 되는 부조리. 하지만 그 모든 걸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 열심히 살든 열심히 살지 못하든 많은 사람들이 많이들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좀처럼 내지 못한다. 취업을 한 내 친구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 내 친구들이 그렇게들 힘들어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가 있다. 꿈을 꾸지만 현실은 참 어려워서, 마음 같지 않아서 무엇을 하지도, 이루지도 못한 것 같아 스스로가 참 한심하고 안쓰러운 '나'. 그런 나도 많이 힘들다. 늘 달리는 사람들은 힘들어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무엇도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나라도, 비록 느릿느릿 움직이는 나라도 멈추고 스스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국 고여서 썩어버리지 않으려면, 잠시 멈추어야 한다. 다시 출발하기위해.
무엇이 문제인가. 난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너무도 게으르고 나태한, 꿈을 꾸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나이기에, 이젠 어릴 적 그렸던 모습은 너무 희미해진 나이기에, 다시 한 번 나를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그린다.
독방에서의 하루는 제법이나 길다. 핸드폰도, TV도 컴퓨터도 사람도 없다. 일상에서 보통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 것들 중 대부분이 없다. 큰 창, 작은 탁자 위의 펜과 종이. 침구, 휴지통 작은 수납장과 변기, 그 위의 거울, 세면대 그리고 나. 일상에서는 쉽게 스쳐 보내는 것들과 하루를 보낸다. 긴 하루 동안 앉아서, 누워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내가 흘려보내고 있던 순간순간이 이렇게 길게 쓰일 수 있는 시간이었는지를 새삼 느꼈다. 정만 소중하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는데, 흘러간 시간들이 아까웠고, 앞으로의 시간들이 귀해졌다.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나를 위해서도 정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으리라 다짐했다. 독방에서 홀로 온전히 멈추고 나를 바라봤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된, 당연하지만 평소에는 마음 깊이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리라 다짐했던 것들 중 많은 것들을 방 안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 몇 개월째 미루던 별거 아닌 계획도 시작했고, 요즘 통 만들지 못했던 노래도 만들었다. 하루치고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하루의 가능성'을 깨닫고 나의 가능성을 바라본다. 자꾸만 삐걱대고 멈추던 내 삶이 1.5평 독방에서 조용히 걸어간다.
글 | 권예철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59128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