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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남편의 권유로 막내딸과 함께 '숙자 이야기'를 보러 갔습니다. 집이 인천이라 주말에 그것도 일요일 저녁에 서울나들이 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번 공연 때도 거절했던 터라 이번에는 차마 핑계를 대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부족한 저 자신의 마음입니다. 이모들 삶의 배경과 맥락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마음은 온전하게 가닿지 않았습니다. 공연 자리에 가기에는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노지향연출자님이 연극을 바꿔보자고 하셨을 때 저는 연극 중에 저의 모습이 보였던 부분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시작 장면입니다. 이모들이 섬처럼 고독한 삶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멸시하고 경멸합니다. 비록 머리로는 이해한답시고 거친 말을 내뱉지는 않으나 마음에서 불편함을 갖고 있는 저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대에 올라갔다면 아마 죄송한 마음에 그냥 이모들을 붙잡고 막 울어버렸을 것입니다.

'숙자 이야기' 연극은 저에게 성찰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명치 끝이 먹먹한 느낌입니다. 진정으로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오늘 연극을 통해 그나마 조금 더 마음 자리가 넓어졌습니다.


한풀이를 해주신 이모님들과 한풀이의 촉매자가 되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모님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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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에 와주셔서 고맙고
    진심어린 기도도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초록바람님의 솔직함이 고맙고 가슴 찡합니다
    낼모레 평택 가면 이모님들과 그 마음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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