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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신문] ‘재고립률 58.8%’ 은둔 청년 54만 시대 “실효성 없는 정책 뒤집어야”

행복공장, ‘고립·은둔 청년 정책제안서’ 전달 당사자 중심 회복 시스템 구축 필요성 강조 일본 ‘히키코모리’ 40년 정책 변천 분석

기준씨(33)는 7년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대학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사회적 낙오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시도까지 했다.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

그런 그가 지난해 9월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사단법인 행복공장을 만나 연극을 통한 치유 과정을 거쳤다. 빈 의자에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리며 용기를 얻었다. 그 용기를 발판 삼아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10여년 만의 문자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힘들면 연락해라.”

기준씨와 친구들은 문자를 주고받은 바로 다음 날 만났다. 2주 뒤 친구들은 꽃다발을 사들고 기준씨의 첫 연극을 보러왔다. 연극 무대를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순간은 기준씨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기준씨는 이 이야기를 전하며 “최근 살아가는 에너지를 바꿨다. 가족, 친구 등 7년 동안 저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에서 고립·은둔 청년 기준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즉흥치유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나혜인 기자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에서 고립·은둔 청년 기준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즉흥치유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나혜인 기자

2023년 기준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고립·은둔 청년은 54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청년 5.2%에 이르는 숫자다. 이마저도 정식 전수 조사가 없어 ‘추산’에 머물러 있다. 당시 실태조사에 참여한 고립·은둔 청년 8436명 중 75.4%(6360명)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중 26.7%(1698명)가 기준씨와 마찬가지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에 재고립률 ‘58.8%’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행복공장은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를 열고 정책제안서 전달식을 가졌다. 현장에는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함께했다. 은평구는 서울시 최초로 고립·은둔 조례를 마련한 바 있다.

‘당사자 중심의 고밀도 회복 시스템’을 구축을 위한 정책제안서에는 △당사자 경험을 자산화하는 ‘중간적 일자리’ 모델 구축 △가정 내 ‘정서 안전망’ 구축 및 가족 지원가 양성 △민간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지속가능한 지원 체계 구축 △지자체 중심의 조기 개입을 위한 제도 정비 및 일경험 정책 연계 등의 내용이 담겼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나혜인 기자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나혜인 기자

이날 정책제안서 전달에 앞서 기준씨의 고백을 바탕으로 즉흥치유연극 ‘나의 이야기 극장’이 진행됐다. 행복공장은 고립·은둔 청년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생활연극을 기반으로 수많은 청년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무대에 선 4명의 배우는 각각 기준씨와 기준씨를 괴롭히는 사회의 시선이 됐다가, 기준씨를 응원하는 주변인이 되기도 했다. 끝으로 배우들은 “옛날 옛적에 내뱉지 못한 말이 있었습니다. 잊고 있었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라는 대사를 뱉었다. 기준씨는 연극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 ‘히키코모리’ 정책 변천사로 보는 고립·은둔

한국보다 수십년 앞선 1980년대부터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사회 문제로 내세운 일본 내 고립·은둔 국민(15~64세)은 146만명에 이른다. 일본은 고립·은둔 현상을 청년으로 한정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세대를 넓혀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과 한국, 대만을 오가며 은둔 문제를 다루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의 오오쿠사 미노루 운영위원은 “1980년대 일본은 히키코모리를 10~20대만의 문제로 보고 기다림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들이 40~50대가 되자, 70~80대 부모가 이들을 돌보는 돌봄 문제로 확장됐다. 이에 내각부는 히키코모리를 청년문제로 보고 서포스테(지역청년 서포트스테이션) 일자리 지원 대상 연령 확대, 지역 상시 상담 센터 마련, 생활곤궁자 자립지원제도 확대 등 정책 변화를 이어왔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늘날 한국이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소를 위해 택한 방법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본은 어떤 방법을 택하고 있을까. 가장 크게는 ‘관점’을 바꿨다. 히키코모리를 ‘개인과 가정의 문제’(2010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가 지닌 과제’(2025년)로 보는 것이다. 고립·은둔을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본다면 그것은 ‘의료 모델’에 불과하다.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에 과제가 있다는 관점에서 그 과제를 개선해 나가는 ‘사회 모델’이 있어야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할 수 있다.

오오쿠사 미노루 운영위원은 한국의 고립·은둔 요인으로 경쟁 교육, 능력주의를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청소년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10대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약하면 살 수 없다는 공포감이 고립·은둔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능과 목적성이 없는 공간,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 ⓒ나혜인 기자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고립·은둔 청년 현실과 정책제안’ 행사 ⓒ나혜인 기자

“한국 사회, 고립·은둔 당사자 목소리 들어야”

고립·은둔 지원 기관 ‘안무서운회사’의 신현재 커뮤니티 디렉터는 7년간 간헐적 고립·은둔 생활을 하다 2024년부터 안무서운회사의 도움으로 회복 과정을 거쳐오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일찍이 아픔을 겪은 그는 성인이 된 후 유년기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반려견을 잃으면서 고립 상태에 빠졌다. 구직 활동을 하며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행복공장의 고립·은둔 청년 관계 형성 장기 프로그램 ‘움직이는 섬’에 참여했다. 그는 6개월간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공부했다.

신현재 디렉터는 “현 조례는 고립·은둔 극복을 취업률로 평가하기 때문에 지원 사업이 취업으로 쏠려 있다”며 노동시장 조기 편입에 치중한 지원 체계를 비판했다. 더불어 “오랜 시간 사회와 접촉하지 못한 이들이 단기간에 자본주의 사회가 원하는 기능을 하긴 어렵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 직장에 던져지면 재고립된다. 그래서 재고립률 58.8%라는 기이한 통계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현장에서 만난 한 고립·은둔 청소년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퇴를 결정했다. 또한 학교를 그만뒀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고 비관했다. 신현재 디렉터는 “이들이 ‘인생이 망했다’고 말하는 이유는 상상력이 없어서다. 사회가 이런 삶을 실제로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고립·은둔을 극복한 이들이 맡는 중간적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립·은둔 청년 부모 당사자인 박은정 상담가는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대에 상담학 석사 과정을 밟은 뒤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박은정 상담가는 “은둔형 외톨이가 가정에서 발생하면, 그 당사자 한 사람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며 “가족 전체가 마치 늪에 빠진 듯 지옥 같은 고통을 겪으며 함께 무너져 내린다. 지난 5년간 현장에서 목격한 분명한 사실은 자녀를 둘러싼 ‘가족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당사자의 회복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모는 자녀를 돌보는 핵심 주체인 동시에, 심각한 번아웃과 사회적 낙인을 온몸으로 버텨내고 있는 ‘또 다른 당사자’”라고 알리며 사회적 인식 개선과 가정 내 안전망 구축, 가족지원가 양성 등의 필요성을 알렸다.

 

출처 : 여성신문 ‘재고립률 58.8%’ 은둔 청년 54만 시대 “실효성 없는 정책 뒤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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