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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입력 2019.01.19 (21:27) 수정 2019.01.30 (14:28)
[앵커]
연극치료라고 들어보셨나요?
현대인의 정신적 불안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연극이 널리 쓰이고 있는데요,
소년원에서 생활하는 이들부터 일반 관객에 이르기까지, 연극으로 바꿔가는 인생 이야기를 김수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소년원의 연극 연습실, 대본 연습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자전적인 내용을 담아 공연할 예정인데, 진지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연극이 처음인 소년원생들, 쑥스럽고 멋쩍습니다.
["(하하하!) 아 진짜 어렵다!"]
[정○○/서울소년원생/음성변조 : "긴장 엄청하다 보니까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실수할 것 같기도 한데…."]
10여 일 뒤, 서울소년원생들의 공연날.
연습 때 쭈뼛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엄마한테 왜 이렇게 대들어. 니가 뭘 잘했다고. 맨날 사고나 치는 XX가."]
생계를 위해 늘 집에 없었던 엄마.
차가운 아버지의 막말.
각자의 아픈 사연과 삐뚤어졌던 삶, 그리고 일탈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냅니다.
속만 썩었던 엄마가 돌아가시는 장면에서는 진심 어린 슬픔이 터져 나옵니다.
["엄마 여행 가자며. 미안해. 진짜 미안해 엄마."]
공연을 보던 소년원생들도 숙연해지고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원망에 찼던 아이들은 연극을 통해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정○○/서울소년원생/음성변조 : "디딤돌 밟으면서 올라가듯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을 할거고요. 꿈이 되게 많아요. 요리사도 하고 싶고. 성우도 해보고 싶고…."]
즉흥적으로 관객을 직접 치유하는 연극까지 등장했습니다.
관객들은 자신의 상처를 자유롭게 이야기합니다.
[즉흥연극 참여자/음성변조 : "정서적 교감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스킨십하기 싫다고 하는데 본인은 '난 이게 사랑이야' 라고 말하니까 상처가 되는 것 같고…. 벗어나고 싶은데…."]
젊은이는 연애 고민을 털어놓고, 무대 위 배우들은 관객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연극으로 만듭니다.
["내 몸이 싫다고 말하잖아. 싫다고! 이게 먼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잖아. 그런데 왜 안 들어!!"]
객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문제의 본질을 깨닫습니다.
관객들도 공감하며 치유를 경험합니다.
이 즉흥극에는 1년 동안 천 5백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노지향/연출가 : "연극이 우리 삶하고 제일 닮아있고, 또 역할을 나누어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제일 강렬하다고 할까요."]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는 로베르 필리우의 말처럼, 누군가의 삶은 한 편의 연극으로 보다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