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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옥에서 온 편지 1] 내 발로 들어간 1.5평 독방에서 얻은 것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행복공장은 ‘성찰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매주말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1.5평 독방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24시간의 고요를 통해 내가 새로워지고 우리 사는 세상이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happitory.org/relay_intro 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감옥에서 온 편지 1] 내 발로 들어간 1.5평 독방에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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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무기력하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마음 속 갈피를 잡지 못해 괴롭기도 하고 한두 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기도 했다.

 

나는 마치 돛대 없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그냥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 떠가는 나무 조각처럼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따라 움직이는 무기력하고 불안정한 내 삶.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행복공장에서 1박 2일 동안 독방에 머물며 나와 사회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하기에 큰 기대 없이 그냥 하루 잘 쉬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참여를 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요즘의 내 화두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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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내 발로 들어간 1.5평의 독방. 독방에 들어가기 전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절하는 법과 명상법을 알려주었는데, 몸에 배인 무기력함 때문인지, 피곤함 때문인지 바로 이불을 깔고 누워 한참을 자다가 저녁식사 종소리에 잠을 깼다. 염치없지만 저녁거리로 준 쥬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대지는 봄옷을 갈아입기 위해 분주해 보이는데, 나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아직 지지 않은 해를 말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연두색 작은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행복공장에서 자체 제작한 ‘휴휴,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라는 제목의 워크북이었다. 마땅히 할 거리를 찾지 못하고 멍 하니 있던 나는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숙제 검사를 하루 앞 둔 아이의 심정으로 워크북을 열어 한 장 한 장씩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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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그래프를 그리며 지난 삶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검사의 입장에서 나의 삶을 바라보고, 변호사의 입장에서 나의 삶을 변론하고, 최종적으로 판사가 되어 나의 삶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난 후,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인생그래프를 그리고, 나의 삶에 대해 중간재판을 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잘 견디며 극복해 왔던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갈 것을 요구하는 채찍질이 아니라, 위로와 위안이었을까? 갈팡질팡했던 마음은 나를 인정하고 안아주는 순간 멈추었다. 

 

워크북에는 1평 짜리 독방에서 나짐 히크메트가 썼다는 ‘진정한 여행’이라는 시가 실려 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라는 구절을 읽으며, 나는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아니라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가 느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불안정했던 나는 그게 지금 이 순간의 ‘나’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편해졌고, 그것에 대해 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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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북에는 ‘내가 지금부터 1년 밖에 못 산다면 하고 싶은 일’을 적어보라는 지시문이 있는데, 나는 제주도에서 바다가 보이는 집 한 채를 얻어 부모님과 살아보고 싶다. 그런데 ‘꼭 죽기 전에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름에 바로 실행할 생각이다. 

 

텔레비전과 핸드폰이 없어서일까? 다른 것에 방해 받지 않고 작은 방에 홀로 있다 보니 나에게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80세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편지를 썼다. ‘인생의 유일한 의무는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헷세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당당하게 너를 아끼고 사랑하라. 고맙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너’

 

어느덧 창밖으로 캄캄한 어두움이 찾아오고, 밤하늘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다. 작은 방에서 바라보는 그 별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더라.

 

 

글 | 이경아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참가자)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happitory/story_b_15482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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