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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엄 지)

 

 

공연을 하루 앞둔 날. 공연을 위한 최종 확인을 하고, 준비가 많이 필요한 날. 새벽은 오히려 그리 많이 춥지 않았건만, 영등포소 근처로 오니 차갑고 강해진 바람은 겨울 추위를 실감케 했다. 조명기를 담은 가방을 들은 강쌤이 오늘 수업에 동행했다.

강당 안에 들어서자, 대형히터가 자신의 존재감을 요란한 소리로 알리면서, 훈훈하면서도 답답한 공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무대 위의 악기는 아래로 치워져있었고, 공연에 필요한 악기 몇기만 무대에 올려져 악기 연주를 연습하고 있었다. 같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에 힘을 얻게 된다.

와보노는 예상대로 지난 주에 출소를 했다한다. 20초 스피치로 간단하게 안부나누기 시간에, 8년간 같이 지낸 형의 이감으로 인한 슬픔, 건강의 이상, 주식의 등락, 펜팔 친구의 접견, 바쁜 공장일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 공작원이 오랜만에 참석을 하였다. 등을 한번 때리면서 그간 결석한 이유를 묻자, “맘은 계속 여기 와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라며 말끝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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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갑니다.

 

 

지난 주 우리 연극의 제목과 같이 부를 노래 악보(진짜사나이의 자작곡), 연극 장면의 순서를 적은 종이가 사람들 손에 들려있었다. 노래 제목은 <행복#>으로 정해졌고, 우리 연극의 제목도 <행복#>으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연극수업을 시작하기 전 그 악보를 들고 모두 노래 연습을 하였다. 점돌이는 합창 노래 중 솔로로 하는 부분을 구분하여 각각의 솔로들이 자신의 색깔을 살려서 노래하도록 하였고, 솔로 역할이 없는 사람들은 뒤에서 노래 후렴구를 부르며 율동을 하도록 구성하였다. 모두 같이 노래하며 율동하는 과정은 짜릿한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얼음땡을 하고 연극 연습을 하자는 바람의 제안이 처음으로 거부당했다. 노래 연습과 장면 연습이 시급하다는 것이 참여자들의 의견이었다. 미안해하면서도 연극연습에 열심을 보이는 모습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오늘은 ‘얼음땡’ 없이 연극수업이 시작된 유래없는 날이다.

무대 위에서 연극에 대한 논의와 장면연습이 이어지는 동안 강쌤과 펭귄은 커튼을 치고 조명장치를 확인하였다. 본래 계획은 무대 위와 무대 아래 객석 바닥을 연기 공간으로 모두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무대 아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역이 너무 좁고 (장의자를 뒤로 밀어 이동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도소가 반기는 일도 아니었고), 잘 안보이기 때문에 무대 앞에 마이크를 대놓고 무대 위에서 모든 장면을 연기하기로 결정하였다.

준비해간 조명기가 기대이하로 너무 작고 어두워서 조명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준다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당장 내일 연극을 위해 조명기를 수정 보완해야 하는 절대적인 필요성이 생기기도 했다. 연극의 각 장면이 어떻게 연결되고 진행되는지를 설명하고 익히는 데 절대적인 시간 부족하였다. 많이많이 아쉬워하면서, 그러면서도 참가자들의 저력을 믿으면서 소를 나와야 했다.

(사진출처-법무부 교정본부 홈)

 

 

 

2학기 열한번째 영등포교도소 연극 프로그램

*시간 : 2010. 12. 6. 월.
*장소 : 영등포 교도소 대강당
*주최 : 사단법인 행복공장
*주관 : 사단법인 행복공장 /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
*후원 : 영등포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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