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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NGO오디세이] 1.5평 독방서 하루 성찰… "내가 비로소 보입니다"

 

비영리민간단체 ‘행복공장(심수일 이사장)’은 역발상의 산물이었다. 자유가 넘실대는 세상이지만 거미줄처럼 얽힌 유무형의 사회구조 체계에 속박된 채 살아가는 개인의 육신을 1.5평 독방에 오롯이 가둬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 평이 갓 넘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외부로부터 차단된 육신을 마주한 자아가 내면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다 보면 진정한 자유를 찾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자유에로의 여행쯤이 될까.

고(故) 권용석 변호사·노지향 부부가 2009년 12월 설립한 행복공장은 법무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성찰과 나눔을 통한 사회 변화를 꿈꾸며 노력해왔다. 그 중심에 있는 가치는 너와 나, 우리 사회의 행복이다.

행복공장은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고 권용석 변호사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검사 출신(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21기)으로 법조인에서 사회운동가로 변신, 활발한 사회운동을 펼쳐온 그는 지난해 5월 지병으로 타계했다.

권 변호사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검찰에서 근무한 뒤 그해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제주지검 공안기획 검사로 재직하면서 과도한 업무에 짓눌려 힘들어하던 그는 평소 누군가 자신을 강제로 감옥에 가둬줬으면 하는 생각을 품었다고.

실제 제주교도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법을 문의했으나 무산됐다. 그는 다른 누군가도 그런 공간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2013년 사재를 털고 후원도 받아 28개의 독방이 있는 홍천수련원(공식 명칭 ‘성찰공간 빈숲’-일명 ‘감옥 수련원’)을 지었다. 교도소 독방처럼 생긴 비좁은 공간에 혼자 들어가 있으면서 휴식과 명상을 통해 ‘힐링’(치유)을 체험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은 “(남편이) 검사 시절 일이 많고 너무 힘들다 보니 어디 가서 좀 쉬었으면 좋겠다, 교도소 독방 같은 곳에 가서 딱 일주일만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게 (행복공장 탄생의) 씨앗이 되었어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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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성찰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서인지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의 미소가 편안해 보인다.

노 원장은 인간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동물들은 힘들 때나 아플 때 동굴에 들어가 회복하고 나오잖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라고 했다.

 

 


성찰·예술 프로그램으로 힐링하며 행복을 꿈꾼다

행정안전부 비영리민간단체 현황에 따르면 ‘행복공장’은 체험교도소 프로그램과 재소자들에 대한 치유프로그램 운영 등을 주사업으로 한다. 얼핏 온갖 사연을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을 위한 힐링·교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인가 싶지만, 단체는 재소자들뿐 아니라 꽉 짜인 일상에 지친 평범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모두의 행복을 꿈꾼다.

그간 비행 청소년이나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들한테 무료로 2박 3일간 머물며 자신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왔다고 한다.

노 원장은 “저희 사업은 성찰과 나눔 두 개의 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성찰 프로그램이 수련원에서 진행되고 예술 치유 중심의 나눔 프로그램이 제공되죠.”라며 “법무부 산하 단체라 재소자 중심으로 소개가 되어 있는데, 저희는 특정 대상에 국한된 게 아니라 소년원생들, 소외된 청소년과 청년들, 은둔형 청소년들, 장애인 등과도 오래 작업해왔어요.”라고 설명했다.

행복공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행복공장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성찰 프로그램 ‘나를 만나는 하루’와 집중수행 프로그램 ‘무문관’을 진행하고 있다.

또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학업, 취업, 진로, 인간관계 등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쉼과 치유,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캠프 형태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나를 만나는 하루’ 코너를 클릭하면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작은 방에 혼자 머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명구가 우선 눈에 띈다.

행복공장은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 여행은 1.5평 작은 방에 홀로 머물며 아무런 간섭도, 누구의 지도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라며 “작은 방에서 잘 쉬면서 내가 괜찮은지 살펴보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오기 전엔 왜 그리 망설였는지. 어쩌면 제가 살아오는 인생의 방식, 제 안의 감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겁먹고, 불안해하고, 지레짐작하는.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겠지만 그러므로 새로운 풍경들을 맞이하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다양한 도전, 다양한 만남, 다양한 느낌과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후기를 남겼다.

 


 

행복공장의 성찰 프로그램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프랑스 방송사들뿐 아니라 스페인 국영방송, 아랍권을 대표하는 알자지라 방송 등 세계 30여 개국에서 행복공장의 독특한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직접 찾아 체험하고 갔다고 한다. 노 원장은 "외국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템플 스테이에 매력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사진제공=행복공장
 

 


"문 없는 문의 빗장을 열다"는 의미의 집중 수행프로그램 무문관은 연 2회 1주일 동안 진행되는 폐관 수행 프로그램이다. 1.5평 독방에 1주일 동안 머물며 ‘나’를 찾는 수행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청소년 통과의례 프로젝트’는 2박 3일 캠프 형태로 진행되는 통과의례 프로젝트다. 우리 사회 각 분야 리더들이 청소년과 대화를 나누는 ‘선배와의 대화’, 교육연극과 명상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연극워크숍과 명상 교육’, 휴대폰 없이 각자만의 작은 방에서 자신을 대면하는 ‘나 홀로 방에’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청년 행복 프로그램’의 경우 청년들이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아가 삶의 방향과 진로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캠프 형태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외에도 ‘가족 행복 프로그램’으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법무부의 후원을 받아 서울, 춘천, 안양, 대구, 청주 소년원생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14회의 캠프를 진행했다. 2018년에는 꿈나무마을 보육원생들과 기업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꿈나무 봄봄캠프’도 진행했다.

 


 


노지향 원장은 '내 안의 모든 해답이 있다'며 내 면의 나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행복공장은 다만 시간과 장소를 제공할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행복 솔루션과 치유 공간 제공

성찰과 나눔 실천에 앞장선 노 원장은 기억에 남는 특별한 사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노지향 원장은 “행복공장을 설립하기 전인 1998년 ‘연극 공간-해’라는 일종의 치유연극을 하는 단체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요”라고 운을 뗐다.

노 원장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연극 공간-해(解)’ 대표다. 1997년부터 20년 가까이 소년원, 탈북자, 이주노동자, 기지촌 할머니 등 수천 명의 소외계층을 만나 연극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왔다.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에서 ‘올해의 여성 필란트로피스트’로 최종 선정됐다.

대학원 석사까지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과정에서 선택한 연극이 평생의 운명이 됐다. 극단 연우무대 출신으로 1996년 방한한 브라질 출신 교육연극 대가 아우구스토 보알의 워크숍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그 이듬해 소외계층을 위한 치유연극을 기치로 한 극단 해(解)를 창단했다고 한다.

노 원장은 “극단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이 행복공장과 연결되는 부분이 꽤 있어요. 어떤 그룹이 모이면 공통 주제를 갖고 연극을 만들어 관객 앞에서 보여주고 문제 상황에 대한 도움을 관객의 힘을 빌어 개선책을 찾아내죠”라며 “그런 식으로 만난 대상들이 많은데 그중 제일 나이가 많았던 평택 기지촌 할머니들이 기억에 남아요. 미군 부대 주변에서 평생 기지촌 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사셨는데, 어떤 계기로 인연이 되어 연극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할머니들이 자기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어 올린다는 생각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어요. 실제로 만났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극도로 경계했죠”라며 “어쨌든 몇 달 만나며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고 수백 명 관객 앞에서 어느 배우가 한 것보다도 더 훌륭한 연극을 해내셨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설립 23년째를 맞는 행복공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행복 전파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남편이 먼저 간 게 가슴 아프고 제일 힘든 일”이라는 노 원장은 “누가 가르치고 이끌지 않아도 개인 즉 내 안에 모든 답이 있다는 게 우리의 근본 생각이에요. 내가 나에게 잘 귀 기울일 수만 있다면, 여유를 줄 수 있다면,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개선책은 나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행복공장은 그걸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뿐이죠”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출처 : NGO저널 https://www.ngo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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