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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캠프 [명사와 함께 하는 독방 24시간] 정성스러운 삶

정성스러운 삶

‘명사와 함께 하는 독방 24시간’ 두 번째 이야기- (사)행복공장 권용석 이사장

행복공장

행복공장은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과 정신적 성숙을 도울 수 있도록 우리사회의 명사들과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독방 24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명사들로부터 직업을 포함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한 것에 대해 묻고, 일정시간 독방에 머물며 자신의 삶과 진로에 대해 스스로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2018. 1. 20.부터 21.까지 행복공장 홍천수련원에서 인천대건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권용석 (사)행복공장 이사장님이 참여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권용석 이사장님의 강의 요약본입니다(자세한 내용은 행복공장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삶의 방향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온 시대와 여러분이 살아갈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여러분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참고할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삶의 순간들

저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버지의 월급만으로 생활하기가 힘들어 저희 어머니는 제가 대학생이 될 때까지 행상이나 노점 일을 하였습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집들이 가난하였고, 우리 집만 유달리 가난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가난에 대한 경험이 저로 하여금 가난한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변호사 일을 하면서 행복공장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적인 인생을 산 것 같지만, 앞이 잘 안보여 방황할 때도 있었고, 내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의 성향이 법조인에 맞는지,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법학이 무엇이고, 사법시험 준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법조인을 선호하는 그 시절 사회 분위기에 따라 서울법대에 갔던 것이기 때문에 대학 생활을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때는 학과를 바꿀까도 생각하다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2년 여 동안 공부를 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발령을 받아 검사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임관할 때는 ‘거악을 척결하는 정의로운 검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제가 약 1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범죄자들은 생계형 범죄자들이거나 우리 사회에서 낙오되어 갓길을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거나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야근도 많이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검사 생활을 하였지만, 제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가 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저는 동료 검사들이나 직원들, 그리고 파견 경찰관 등과 모임을 만들어 결식아동이나 조손가정 어린이, 보육원생 등을 돕는 일을 하였고, 언제부터인가 소외계층 분들이나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도와주고 응원하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검사 생활을 하다보면 가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있는데, 저에게도 특히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가족과 떨어진 채 지방에서 검사 생활을 하였는데,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야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다 보니 탈진 직전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교도소 독방에 가서 일주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일, 사람, 술, 담배, 휴대폰처럼 나를 지치게 만드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와 함께 있으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행복공장

이런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중에 능력이 되면 성찰과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독방 형태의 공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2002년에 변호사를 시작하였고, 2009년에는 가까운 분들과 (사)행복공장을 만들었으며, 2013년에는 1.7평 독방 28개가 있는‘내 안의 감옥’이라는 성찰공간을 준공하였습니다. 저는 ‘내 안의 감옥’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우리 사회에 성찰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경쟁적이고 물질 중심적인 우리 사회를, 서로 돕고 배려하는, 그래서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운 상생의 공동체로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

법조인으로 사는 동안 기쁘거나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고, 또 법조인 생활을 하며 인연 맺은 분들과 행복공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법조인으로서의 삶이 헛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행복공장을 운영하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괜찮은 검사, 성실한 변호사로 평가받으면서도, 제가 법조인으로서 충만하게 살지 못했던 이유는, 왜 검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숙고의 시간아 없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장차 무엇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신이 가장 잘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 선배님, 친구에게도 묻고, 책이나 인터넷 등을 뒤져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의 삶을 제대로 살고, 나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다 보면 덜 후회하고 덜 낭비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공장
행복공장

대학 입시나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초조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걱정이나 후회가 밀려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청년실업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변화와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4차산업혁명까지 생각하다 보면 여러분이 느끼는 혼란이나 불안감은 훨씬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분에게 어떤 진로나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지 조언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저에게는 그럴만한 지식이나 지혜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사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현재와 미래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정성스러운 삶’입니다. 사람들을 대할 때, 일상생활을 할 때, 공부를 할 때 정성스러우면 좋겠습니다. 남들에게는 정성을 다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소홀하기 쉽다는 점을 유념하여 특히 자신에게 많은 정성을 쏟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정성스러우려면, 그 대상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정성스러운 생각과 말과 행동이 쌓이다 보면 일의 결과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집니다. 자신과의 불화가 해소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덜 불안해집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설사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정성스럽게 이미 다 하였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이든, 일이든, 공부든 무엇이든지 간에 내가 마주하는 대상에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입니다. 정성스럽게 삶을 살다보면, 삶에 끌려다니지 않고 삶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정성스러운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에 정성스러움은 여러분에게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성스러운 여러분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원문보기 : http://www.huffingtonpost.kr/entry/happy_kr_5aa8dba0e4b018e2f1c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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