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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 [참가후기] 13기 금강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2023.2.19~2.25)

 

▪ 박**

   처음에 내 방이 배정되었을 때 바깥에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예전에 이곳에 오래 머무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내고 싶었던 숲과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었다. 스님과의 면담시간에 평소 고민이었던 질문들을 하고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겪은 고충들로, 밖을 계속 살피고 신경 쓰던 것으로 인해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있었고, 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일단 호흡을 좀 천천히, 내가 여기에 있음을 온전히 느끼며 호흡하는 것을 권하셨고, 온 마음을 다해서 천천히 호흡을 했었다. 그렇게 호흡을 하니 조금 편안해졌지만 일어나는 생각들로 인해 괴로운 밤을 보냈다. 드는 생각들은 쓰레기통에 버리듯 버리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들었던 생각들은 마음이 아팠고 힘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비워내며 다음날 스님께 여쭤봤다. 누군가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이 들고 과거에 비추어 현재의 나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다 보니 더 그런 경향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스님은 사람들은 현재의 나를 알기 위해 과거를 추적한다고, 나이 먹을수록 더한다고, 나에게서 부모를 지울 순 없다고, 부모뿐 아니라 그 윗세대까지 그대로 담겨있다고, 하지만 그것 외에도 자연, 식사, 문화 등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하셨다. 내 안에 온 우주가 있다. 그런데 엄마, 아빠만 보고 있는가? 추적하는 건 좋지 못하다. 도움이 안 된다. 누구나 장점도 단점도 있다. 장점에 물을 주면 된다. 그러면 청출어람이 된다. 수많은 씨앗들이 담겨있다. 가만히 두면 온갖 것이 다 자라난다. 좋은 씨앗에 물을 줘라! 나의 삶을 완성시키면 좋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들었던 고민들이 다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명상을 하니 힘들었던 기억은 덜 올라오고 호흡과 함께 마음이 조금씩 차분해져 갔다.

 

   그러고 나니 좋았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내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하던 순간들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보였다. 그런 순간들을 떠올리고 나니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가 일어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스님이 주셨던 화두. 나라고 하는 이것은 무엇인가?를 두고 명상을 하니 나는 하나의 필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것, 듣는 것, 만지는 것 등등 나를 거치면 온전히 그것으로 지나가지 못했다. 판단이, 기억이, 생각이 덧입혀진다. 내 눈앞에 창밖의 나무가 그러했다. 무문관 6일차가 되니 창밖의 나무가 온전히 나무로만 보인다. 이 나무를 6일째 보고 있었는데 어쩌면 단 한순간도 저 나무를 보고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6일차엔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보이고 바람 소리가 들렸다. 온전히 나무가 보인다. 마음이 고요하다. 좋다. 그런데 내가 저 나무만 그리 봤을까? 지금껏 만난 모든 사람들, 사물들, 다 저렇게 보지 않았을까? 있는 그대로 보았던 적이 있을까? 내가 살면서 무엇을 제대로 보았던 적이 있었을까?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구나. 귀가 있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구나. 나는 누구일까? 사대육신은 결국 한 줌의 재. 남는 건 맑고 밝은 본 마음뿐이구나. 그러고 나니 반야심경이 떠올랐다. 오온이 공하다는 정도만 이해가 되었는데 과거나 할 것도 미래가 할 것도 ㅎ없는.. 등등의 나머지 구절들이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무문관에 올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하다. 매일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해 주신 스탭들, 살뜰히 살펴주시며 바라지를 해주셨던 스탭들, 함께 정진해 준 참가자들, 그리고 큰 가르침을 주신 금강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신**

   금강스님 감사합니다. 주옥같은 강의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나가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세요.

 

▪ 공**

   내가 지금껏 일하고, 놀고, 공부했던 거의 모든 것의 이유가 내가 무엇인지 알고싶어서였구나. 하지만 그것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구나. 나를 알기 위해서는 어떤 화려한 것도 대단한 것도 필요하지 않구나. 그저 숨 쉬고 있는 나와 가만히 앉을 수 있는 작은 자리만이 있으면 된다. 내가 나를 알아봐 주면 그곳이 어디이든 나의 세상은 완전한 세상이 되는 것이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 박**

   얼마 만에 이렇게 호젓하게 있어보았던가! 독방/감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 7일간 그저 기쁘고 행복하기만 했다. 내가 나하고만 있을 수 있다니 짜릿하기까지 했다. 말 거는 이 없고 말할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며 그저 앉아서 자신이라 칭하는 그 무엇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되니 기쁘고 기뻤다. 조금은 좁은듯한 방의 크기가 어느 순간 너무나 넓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쯤 새벽의 고요 속에 나의 고요도 함께 하고자 잠을 이루지 않고 앉아있는 나를 느낄 때의 평온함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행복이고 기쁨이었다. 나의 마음공부를 위해 뒷바라지를 해주신 사무실 직원분들과 식사를 마련해 주신 주방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금강스님의 면담 속에 전해오던 온전하고도 온기 가득한 자비의 마음을 배워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토록 온전하고 걸림 없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니! 본래면목이란 이토록 행복 가득한 것이란 말인가! 그 마음 원래부터 제게도 있었고, 있고, 있을 거라니 그 마음 들여다보는 화두와 함께 내내 지낼 것입니다. 세상 모든 만물이 마음을 깨달아 참 자유를 얻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마하반야 바라밀.

 

▪ 배**

   저녁 법문 들으며 원숭이 어미 얘기에 동물들의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새겨 보았다. 2일차 법문 중에 시간의 잔고는 아무도 모른다. 아프다는 핑계로 몸이 무거우니 쉬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2일부터 7일까지 한 배도 빠짐없이 정성스럽게 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내 몸은 내가 해결한다는 집착으로 지난 1년을 허비했었다. 면담 중 스님께서 내가 있으니 아프구나 말씀하시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아 체험을 하고서도 지난 1년 수행정진하지 않고 현상만 쫓아 내가 해결하려고 이 병원 저 병원 순례했었다. 2일차 면담시간이 4시라고 연락받았는데 시간이 지나서도 소식이 없어 내려가 보았다. 면담은 끝나고 서서 말씀 중인 상황에서 제가 들어갔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시는데 탈출했다고 얘기했다. 다음날 마음에 걸림이 있어 어제 같은 경우 어찌해야 합니까? 여쭤보았더니 공부 상황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씀에 아차 싶었다. 공부하러 와서 내 업식대로 판단하고 행동했구나. "못 받아들일 거는 없다"라는 말씀에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튀르키에 지진 상황이 와도 받아들이고 사는데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진 나를 생각하며 모든 상황이 왔을 때는 공부환경이 인연으로 왔구나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 들어서 몸이 아플 때도 됐는데 그 꼴을 못 보고 공부환경으로 받아들여 지켜보지 못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무문관에 입소해서 앞으로 나의 공부 방향도 새로 잡고 건강도 확인했으니 이만하면 족하고 편한 시간이었다.

 

   사람하고 공부할 일 없으니 집게벌레가 방에 들어왔다. 싫은 마음에 뚝 떼서 밖으로 내보냈다. 조금 후에 다시 들어와 있어서 창밖으로 버리려고 문을 여니 방충망이 있어 뒤돌아보니 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다 하고 있는데 짜잔 하며 다시 등장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깨끗하고 이쁘게 생겼네? 내 업식에서는 그냥 싫다, 이 방에서 동거하기 싫은데~ 하며 바라보고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문 밑으로 나가주었다. 감옥 안에서는 들어오는 모든 게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토마토를 싸가지고 온 랩을 깔고 차 찌꺼기, 귤껍질, 고구마 껍질을 말리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너무나도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누가 쓰레기를 더럽다고 했던고. 쓰레기도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구먼. 감기 기운이 있어 비상용으로 가져온 약을 먹었지만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연거푸 나오는 기침 소리에 입틀막 했지만 옆방 도반들께 죄송한 마음이었다. 여기에서 내가 아픈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냥 인연 지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는 인연 기꺼이 맞이하고 떠나는 인연은 기꺼이 보내주자. 

   

   더 없는 행복

많은 삶들은 행복을 바라면서 행운을 생각하고 있다.

행복하길 원한다면 행복한 쪽으로 걸어야 한다.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한다.

자기 안에 행복 창고가 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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